밴쿠버는 캐나다에서 3번째로 큰 도시로 밴쿠버 시 자체에는 약 67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다. 얼핏 들으면 매우 작은 도시처럼 느껴지지만, 밴쿠버시 자체의 크기는 워낙 작기 때문에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구는 많지 않은 편이고 면적 자체도 밴쿠버 시만 본다면 서울시의 5분의 1 정도의 크기이다. 하지만 밴쿠버 근처의 작은 위성도시들까지 합해서 Metro Vancouver라고 부르며 그곳들을 모두 합하면 약 2백5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에 비해서는 인구 수준으로 4분의 1 수준이고 한국의 대구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서 사실 다운 타운도 그리 큰 편은 아니고 생각보다 작아서 돌아보기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은 도시이다. 그럼에도 내가 밴쿠버를 선택한 이유는 캐나다의 어느 도시보다 온화한 기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오직 다른 캐나다 도시의 지긋지긋한 눈과 겨울이 싫어서 밴쿠버를 선택했고 토론토에 비해서 일자리도 적고 같은 일자리의 경우 임금이 더 낮음에도 월세는 비슷하며 집값은 오히려 더 높음에도 나름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처음에는 무작정 날씨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밴쿠버로 옮기기로 정했고 기말고사 2주일 후에 밴쿠버로 이주했는데 지금은 나름 잘 자리를 잡아서 많은 면에서 만족을 하고 있다.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순위 같은 것에 뽑히는 애매한 이유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밴쿠버를 다른 캐나다 도시들보다 좋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캐나다에서 겨울이 그나마 덜 추운 지역
첫째로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덜 춥다. 그렇다고 안 추운건 아니지만, 다른 캐나다의 도시들보다 훨씬 덜 춥고 눈도 덜 온다. 그런 만큼 상대적으로 겨울이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눈도 많이 안 오는 편인 것도 매우 마음에 들고 정말 두꺼운 패딩과 겨울 부츠를 신지 않고도 겨울에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산과 바다가 모두 있는 자연환경
둘째로 산과 바다가 모두 인접하고 있어 자연 풍광이 좋은 편이다. 밴쿠버는 태평양과 맞다아 있는 도시이다. 여름에도 기온이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아서 바다에서 수영을 할만한 날이 한 손에 꼽힐 정도이긴 하지만 토론토에서 맨날 호수만 보며 물 비린내만 맡다가 바다 냄새를 맡으니 뭔가 살 것 같았다. 그리고 밴쿠버 도심 어디에서도 보이는 산들은 뭔가 운치를 더 해준다. 토론토에도 잘 가꾸어진 공원도 많고 호수도 많지만 뭔가 제대로 된 풍광을 보려면 가장 가까운 게 두 시간 거리의 나이아가라 폴이고 정말 멋진 곳이지만 하도 많이 가서 이제는 사양하고 싶다. 밴쿠버는 산이 많아서 등산을 하기에도 좋고 그냥 캠핑뿐 아니라 백패킹 캠핑을 할 수도 있다. 셋째로 한국이 가깝다. 사실 비행기 시간이 엄청 큰 차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심리적으로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2-3시간 차이가 비행기에서는 그리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고 비행기 가격도 엄청 큰 차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부로 오고 나서는 한국행이 조금은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그래도 더 자주 한국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명백한 단점도 존재하는 곳
물론 밴쿠버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있을 때 비를 그리 싫어하지 않았던 내가 이젠 비가 두려워질 정도로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다. 그렇다고 1년 내내 그런 것은 아니고 10월 중순 부터 맑은 날보다 비가 오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해서 대체로 5월 초, 중순까지는 비가 오는 날이 많다. 11월과 12월에는 강수량도 꽤 많아서 비가 많이 오는 편인데 비가 오는 자체 보다 해가 떠도 어둑어둑한 날씨와 5시 반 정도 되면 깜깜해지기 시작하는 그 어두움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 2주 정도 햇볕 한점 없는 날씨가 이어지다 하루 이틀 또 해가 잠시 나고 또 어두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 밴쿠버의 겨울이다. 그래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에 차를 타고 외출을 하거나 거리를 걸어다니는 데는 큰 문제는 없는 편이다. 맑은 날에는 정말 나쁘지 않은 겨울을 즐겨보기에도 충분하다. 앞으로 몇년을 이곳에서 더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이 도시의 좋은 것들을 알아가고 그것들을 기록해보고 싶다.